숨겨진 인연들
포탈 여행자가 포탈에 진입한 이후에는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던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 순서만을 따지고 보면 인과 관계라고는 전혀 없는 우연의 연속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던 그 일은 좋거나 나쁘거나, 완전히 시시할 수도 있다. 여행자는 이따금 혼란스럽다. 괜찮다. 포탈 여행의 묘미는 바로 그 지점에 있으니까.
“인간이 3차원의 존재라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자 사명입니다. 바로 이 지점, 존재하지는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인식의 체계를 가지고 그 유한성 속에서 무한한 우주를 펼쳐 내는 것이 바로 인류의 사명이자 신비인 거예요.”
_ <인연들 열넷, 슈타인 박사의 유리알 유희> 중
이 자유로운 여정은 시간이라는 유한성 속에 펼쳐진 무한한 우주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우주는 숨겨진 인연들의 프렉탈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인연의 싸이클은 반복 재생된다. 무한의 우주는 숨겨진 것을 찾아 헤매고 있는 여행자를 외롭고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여행자는 매번 헷갈릴 것이다. “이게 맞나?”
그럴 땐 마법의 주문을 외워야 한다.
“우주에는 위아래가 없으니까, 추락도 상승도 없는 거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상승이고, 멀어지고 있다면 추락이겠지. 어디로 가고 있니?”
_ <인연들 여덟, 추락하는 소년> 중
때가 되면 인연의 씨앗이 발아하여 자라나기 시작한다. 줄기를 따라 관계의 잎사귀들이 돋아난다. 숨겨진 인연들을 발견하고, 이를 가꾸던 여행자는 깨닫는다. 인연의 씨앗을 심어둔 존재 역시 여행자 자신이었음을.
인연의 싸이클이 한 차례 돌고, 여행자는 수확의 시간을 맞는다. 인연은 포탈 여행자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선물이다. 포로이자 전리품이다. 축복이다. 저주일 수도 있다. 당신의 여정에 ‘인연’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변화시킬 꿈 따위는 꾸지 않아도 좋다.
“내기를 해 봐요. 계속 혼자 춤추며 살아갈지, 세상을 춤추게 할지. 물론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 따위는 꾸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외로운 외다리 병정들이 자꾸 늘어나면 당신의 회전 반경도 점점 좁아질 거예요. 그러나 모두 함께 춤을 추게 되면 세상이 온통 춤판이 되겠죠. 오르가슴, 환희로 가득한 세상 말이에요.”
_ <인연들 열다섯, 발레 인형의 오르가슴> 중
마법사 멀린이 남긴 <숨겨진 인연들>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생각했다. 묵은 인연들을 정리하는 방식이라 여겼으나 새로운 계절에 새로운 인연들을 맞이하는 새로운 마음이었음을 확인했다. 이 여행은 끝인가? 시작인가? 그 역시 여행자에게 달려 있다. 얼마나 자유로운가.
M.멀린
마법사 | Futurist | 人生編輯家 | 2010 ~ 2060
스무 살의 어느 봄날, 공원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 ‘직관의 언어’를 처음 접하고 남은 생을 직관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십여 년을 직관을 따라 정주행하다 21세기의 어느 늦가을, 동해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같은 해의 초가을, 교토바다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다시 돌아온 그는 천년 뒤, 30세기의 미래를 보고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마법사 멀린’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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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인연들 하나, 스팸 편지함
인연들 둘, 언리미티드
인연들 셋, 위키드는 좋은 거야
인연들 넷, 원죄 없는 잉태
인연들 다섯, 부러지지 않는 검
인연들 여섯, 유니콘의 죽음
인연들 일곱, 반말
인연들 여덟, 추락하는 소년
인연들 아홉, 박살 난 거짓말
인연들 열, 그에게로 돌아가는 길
인연들 열하나, 시리우스와 놓쳐버린 우주선
인연들 열둘, 마법사의 검
인연들 열셋, 리아의 문제
인연들 열넷, 슈타인 박사의 유리알 유희
인연들 열다섯, 발레 인형의 오르가슴
저자_ M.멀린
편집_ 춘자
디자인_ 춘자
발행일_ 2025년 03월 10일
사양_ ePUB (39.14MB)
ISBN_ 9791199095311
분야_ 소설
정가_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