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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크루즈

01_ 서쪽 바닷길, 과거를 만나는 여행

크루즈 타고 세계일주라니.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제게 크루즈 여행이란 시간도 많고 돈은 더 많은 은퇴한 노부부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같은 거였어요. 젠젠의 모험담을 전해 듣기 전에는요. 아,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랑 영화 <타이타닉>도 빼놓을 순 없죠.

<어쩌다, 크루즈>의 작가 젠젠은 제목 그대로 ‘어쩌다’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말에 친구들과 속초에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여자 혼자서, 크루즈 타고, 세계 여행을 ‘어쩌다’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도, 계획했던 일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모험이란 건 돈과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돈과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인가 봐요. 그것이 모험의 의미겠지요.

“길은 양쪽으로 뻗어있다. 동쪽은 미래로 가는 길이다. 서쪽은 과거로 가는 길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에 서서 미래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과거의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 과거를 보고 웃고, 과거를 보고 울었다. 몸은 앞을 향하고 있지만, 뒤로 돌아간 머리는 기괴하게 변해갔고, 점점 더 고통스러워졌다. 그래서 경직된 목을 풀어내고 머리를 돌려 앞을 바라보기 위해, 과거를 마주하고 과거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과거로 떠나기로 했다. 서쪽으로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길은 바닷길이다.”

크루즈 여행은 젠젠의 인생에 ‘어쩌다’ 훅하고 들어왔지만, 그 결정의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어떤 절박한 이유와 명분이 있었나 봅니다. 그녀의 삶을 서서히 갉아 먹고 있던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은 못된 습관처럼 삶에 스민 매너리즘이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 지겨워진 여행 패턴, 때로는 묻어둔 꿈이기도 했습니다. 젠젠에게는 익숙한 길이 아닌,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길이 필요했습니다. 그녀에게 그것은 서쪽으로 향하는 바닷길이었다고 합니다.

02_ 이상한 크루즈의 앨리스, <어쩌다, 크루즈>

“나는 늘 국경을 꿈꿨다. 말하자면 땅에 두 발 디디고 서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나들 수 있는 자유와 융통성 같은 것들을 동경했다. 한 걸음 껑충 내딛는 사이에 두 발 아래 땅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도 설레고 묘한 경험이다.”

“잠든 사이 하나의 바다에서 다른 이름을 가진 다른 바다로 옮겨 가기도 했다. 가끔은 그걸 알아차렸고, 대부분은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선이 그 거대한 바다를 조각조각 나누었다. 나는 늘 구글 지도를 켜놓고 나의 위치를 통해 바다의 이름을 확인했다. 남중국해에서 아라비아해로, 인도양에서 홍해로 바다는 시시각각 이름을 바꾸었다.”

‘어쩌다’ 떠나오게 된 이 낯선 여행의 시작에서 젠젠은 잠깐 두렵고 살짝 긴장했었나 봅니다. 20시간 동안 침대칸 열차를 타고 대륙을 가로지르거나, 40L짜리 배낭을 메고 여행자 거리의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니던 배낭여행자에게 망망대해 위에 크루즈라니 정말 신세계였겠지요?

하지만 토끼굴에 빠져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환상의 세계를 휘젓고 다닌 앨리스처럼, ‘이상한 크루즈의 앨리스’ 젠젠은 이 막막한 여행을 자신의 세계로, 삶으로 끌어안아 버렸습니다. 결국 크루즈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바다의 시간과 파도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사이, 젠젠은 잃었던 무언가를 서서히 되찾아 갑니다. 짐을 풀고 몸을 뉠 내 방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바와 클럽, 카지노와 공연장, 수영장과 자쿠지까지 갖춘 크루즈를 타고 바닷길을 누비는 여행은 이전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나 봐요. 젠젠은 국경을 밟고 다녔던 시간 속의 자신의 모습대로 바다 위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눕니다. 나중에는 뱃사람이 다 되어 ‘땅 멀미’까지 겪었다나요?

젠젠의 모험담을 듣고 저도 크루즈를 조금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국경을 동경하며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세계의 모든 길을 누비던 여행자 젠젠에게 ‘어쩌다’ 떠난 ‘크루즈 여행’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경계 없는 망망대해 바닷길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리고 이 한 번의 ‘어쩌다’는 그녀의 인생에 무엇을 심었을까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젠젠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먹어보고 싶은 여행자.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재미나게 사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

* blog.naver.com/zenzen25
* instragram _ @zenzen_cruise
* brunch _ @zenzen25


 목차 

프롤로그 

크루즈 여행, 아 유 레디?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
크루즈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자
관종인 듯 관종 아닌 관종 같은 나의 크루즈 준비
뜻밖의 트래블 블루

크루즈에 적응 중

이상한 크루즈의 앨리스
첫 번째 배를 소개합니다
완전히 망한 여행, 홍콩
심심할 틈 없는 하루하루
호이안이라는 2시간 30분짜리 영화
이상적인 동행
천박하고 또 천박한, 파타야
다시 쓴 수영의 역사
2주 동안 버티기, 싱가포르
혼자 즐기는 오션파크

혼자 왔지만 함께야

내가 사랑한 세 번째 배
행복한 우리들의 테이블
바다 위의 시간 여행자
댄스 댄스 댄스
도박사에게는 철칙이 있다
낯설고도 이상한, 중동
취해도 좋은 크루즈의 낮과 밤
셋만의 풀문 파티
바다를 관찰하는 나날들
헤어짐 다음에 남는 것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같은 배, 다른 분위기
그곳에 조르바가 있다
칼리아리 원정대
몰타 맥주 시스크와 강남스타일
말라가 말고 토레몰리네스
오늘의 가난은 어제 한 여행의 값
어쩌다 다섯 번째 크루즈
발코니룸에서의 일광욕
맥주를 마시려면 브루어리에 가야지
크루즈 세계일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저자_ 젠젠
그림_ 산책
편집_ 춘자
디자인_ 우툰
발행일_ 2020년 12월 08일
사양_ 328 page | 135*190*60(mm)
ISBN_ 9791197115493(1197115498)
분야_ 여행 에세이
정가_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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