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낯선 여행, 이 낯선 세계
01_ 춘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춘자의 세 가지 키워드는 노마드, 콘텐츠, 블록체인입니다.
a. 노마드
춘자에게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영역이 아닙니다. 여기서도 살고, 저기서도 사는 ‘유목’의 형태를 한 삶의 방식입니다. 동물들 풀을 먹이기 위해 목초지를 좇아 이동하며 생활하는 유목민의 생활 방식을 ‘여행’이라 칭하지 않듯 근거지를 옮겨가며 이곳저곳에서 먹고사는 삶 또한 단지 ‘여행’은 아닙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흔히 ‘여행하며 돈 벌기’로 이해되고 있지만, 본래 그 이상의 개념입니다. ‘여행하며 돈을 번다’는 낭만적인 환상은 이 새로운 흐름의 본질을 흐릴 뿐입니다.
춘자에게 노마드는 어디에서든 경제생활을 하고 공동체를 꾸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거주지를 선택하여 전 세계 어디에나 살며, 그들의 생산은 이동하며 이루어집니다. 정주민의 시선에서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해 보이기만 했던 노마드적 삶의 방식은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을 획득해 나가고 있습니다. 온디맨드/긱 이코노미와 같은 유동적 고용 형태는 노마드에게는 오히려 기회입니다.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직장, 단 하나의 직업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디지털 노마드는 컴퓨터 없이는 불가능한 일, 대체로 IT 업종에 국한된 개념에 머무르고 있지만 노마드적 본성을 깨달은 인류가 다시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하면 노마드의 모습은 훨씬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b. 콘텐츠
콘텐츠는 인류 최초의 생산물입니다. 인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하여 유통할 수 있는 통로는 매우 다양해졌고, 콘텐츠가 곧 ‘수익’이 되는 구조는 더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노마드에게도 콘텐츠는 대표적인 생계 수단 중 하나입니다. 기존에는 정주민을 위한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이루어졌지만, 세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한 결과 그 한계는 일찍이 허물어졌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생산에서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가장 먼저 허문 영역이 아닐까요? 누구든, 어디서든, 언제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기회가 노마드에게 열렸습니다.
c.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노마드적 삶은 탈중앙적인 삶입니다. 정주하는 삶이 중앙으로부터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며 확장한다면 유목하는 삶은 기존의 중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앙을 만들며 확장합니다. 중앙이 제공하는 도구를 통해 부를 키우고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는 과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의 본질과 지향은 노마드적 삶의 방식과 그 맥락을 같이 합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노마드에게 새로운 도구입니다.
a+b+c. 움직이는 시민, 움직이는 자본
춘자는 노마드의 연대를 기반으로 조직된 경제 공동체를 추구하며, 나아가 기존 공동체의 대안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가 모이는 지역에는 크고 작은 노마드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노마드는 대체로 소속 없이 개인적으로 움직이며 활동합니다. 이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노마드로 살아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한계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춘자는 노마드적 삶을 추구하는 창작자들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 주며 그들에게 더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춘자의 구성원, ‘움직이는 시민’들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세계 어디서나 창작활동을 하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완성해나가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대체로 임대료 및 생활 물가가 낮은 지역을 주거지로 선택하여 똑같은 수입으로도 생활의 질과 만족감을 압도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부자가 됩니다. 이른바 ‘New Rich’, 팀 페리스가 정의한 개념입니다. 태국의 치앙마이, 인도네시아의 발리, 독일의 베를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와 같은 도시들이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춘자가 추구하는 ‘부’는 기존의 디지털 노마드가 추구하는 New Rich에서 한 발 나아간 개념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화폐 공동체가 함께 구축하고 공유하는 부입니다. 춘자는 이를 ‘Next Rich’라 일컫습니다. 정주하는 삶이 추구하는 부는 한계를 맞은 지 오래입니다. 한곳에 집중되는 부는 부동산과 같은 고정 자산에 반영되고 그 결과는 임대료 및 지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세대에 나타날 새로운 형태의 부는 한곳에 쌓이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입니다. 부를 쌓아 올릴 수 없다면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넓혀 간다’는 것이 ‘움직이는 자본’의 핵심입니다. 그것은 집중된 부와 권력에 대응하는 분산된 부와 권력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스템은 이미 그 근거이며 곧 결과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부를 찾아 전 세계로 흩어진 ‘움직이는 시민’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위에 세운 단단한 연대 안에서 독보적인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 가치는 임대료나 광고 수익이 아닌 블록체인 공동체가 공유하는 암호화폐 가치에 반영되며 그 결과 모든 구성원의 부가 함께 성장합니다. 춘자는 일차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시민’으로서의 삶이 현실화하는 과정을 증명하려는 철학적 실험이며, 이차적으로 이를 근거로 제시하는 비즈니스와 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02 _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갑니다, 춘자의 <이 낯선 여행, 이 낯선 세계>
그렇습니다. 저는 여기서도 살고, 저기서도 삽니다.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그렇고, 삶의 내용도 실제로 그렇습니다. 제 안에 노마드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세상의 질서는 정주민의 방식으로 짜여 있으니 저와 같은 사람은 삶이 내내 투쟁입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일탈’이 아니라 ‘일상’임을 증명하려는 투쟁이요. 제가 선택한 방식은 그냥 그렇게 계속 살아버리고 여전히 행복한 것입니다. 이 투쟁 방식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멋대로 살고 행복해 보이니 팔자 좋은 사람이라는 말도 종종 들었습니다만, 저는 팔자 좋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운이었든 노력이었든 그렇게 착실히 자기만족을 쌓으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기만족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다음이 뭐냐고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을 하나둘 찾아내는 것입니다. 창작자들과 함께 전세계에 집을 짓고, 도시를 건설하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지구 어디든 머무는 곳은 집입니다. 집에는 함께 머물 가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도서출판 춘자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글을 짓는 동지들을 만나려고요.
그리고 2018년 가을, 집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오사카, 교토, 도쿄, 아오모리, 하코다테, 삿포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바릴로체, 산티아고, 아타카마, 우유니, 라파스, 수크레, 산타크루즈, 리우데자네이루, 뉴욕, 런던, 말라가, 부다페스트, 암스테르담, 프랑크프루트, 뤼데스하임, 스트라스부르, 루체른, 밀라노, 피렌체, 볼로냐, 베네치아, 로마, 류블랴나, 비엔나, 인스부르크, 잘츠부르크, 발레타, 라밧, 로도스, 아테네, 코스, 보드룸, 브뤼셀, 위트레흐트.. 많이도 돌아다녔네요.
“2009년부터 써온 여권으로는 이 여행을 떠날 수 없다. 2019년 1월 8일부로 이 여권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새로운 여권을 받아들면 더 새로운 기분이 들 것이다.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 이 여행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 지혜와 용기를 나눌 수 있기를. 행복한 순간에는 함께 웃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기를. 그리고 마침내 꿈꿔왔던 것들을 하나둘 이룰 수 있기를. ”
여행의 기록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 스팀잇(www.steemit.com)에 남겼습니다. 이 여행은 2019년 여름 이후 잠시 멈춤 상태이지만, 다음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갈무리해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여행기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는 춘자의 모험담이자 사업계획서입니다.
춘자
현실이 되는 꿈, 결과를 낳는 가능성, 성공을 위한 도전, 함께 성장하기 위한 연대, 그리고 남이 아닌 진짜 내가 되는 일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또 한다.
* steemit.com/@roundyround
* instragram @choonza_is_coming
목차
프롤로그
킁킁은 일본말로도 킁킁이야
Stay or forever go
교토 단상
감각의 제국
춘자의 탄생
도쿄 왕자
문고의 사명
루팡으로 가
주말의 도쿄는 만실
아오모리는 애플이 아니라 마론이야
아무나 만들어 낼 수 없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돌고래 기사단과 인류의 언어
돌핀 호텔
괜찮아, 다 괜찮아!
마음, 마음가짐, 사고방식
Long Now, 긴 지금, 영원한 현재
파타고니아 찬가
사라진 나의 떡볶이집들을 떠올리며
아, 아타카마
Where the Hell is Choonza?
엘리를 기다리며
오장육부 총파업
너는 내게 핑크맨이야
물풍선 전쟁의 서막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더 뻔뻔하게
인간 VS 배드벅
일상으로의 복귀
2,500km 인터스텔라
뉴욕 각성
창문을 닦자
의지에 따라 예정대로
토레몰리노스 사람들이 프랑코를 기억하는 방식
고양이 해변의 서핑 고양이
도사님 도사님 나의 도사님
LEVEL UP
I am always in
2유로어치의 글
여행의 소리
보부상 춘자의 탄생
붉은 꽃의 섬
55 Million Crystals
장밋빛 캐리어와의 만남
연결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
아주 오래된 것
내일은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안녕, 다정한 나의 바다
끝의 시작, 시작의 끝
에필로그
저자_ 춘자
편집_ 춘자
디자인_ 우툰
발행일_ 2022년 03월 17일
사양_ 272 page | 135*191*19(mm)
ISBN_ 9791197115431(1197115439)
분야_ 여행 에세이
정가_ 16,000원